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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사랑 내곁에'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하지원/ 김명민/ 루게릭/ 감동영화/

by Bantonio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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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내 곁에'의 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사랑한다면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나요?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의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습니까? 오늘 영화의 주인공 '종우(김명민)'는 루게릭 환자입니다. 루게릭 병은 야구선수의 이름을 따서 만든 병명입니다. 얼굴, 팔, 다리 등 온몸에 퍼져 있는 근육의 운동을 관장하는 신경세포들이 서서히 그 기능을 상실해서 마비가 되고 굳어버리며 종국에는 장기의 운동과 호흡기관들도 작동을 멈추는 불치병입니다. 그는 돌아가신 모친의 상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래전 알고 지내던 여동생 '지수(하지원)'를 만나게 됩니다. 지수는 장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만났지만 종우는 그녀를 단 번에 알아보는데, 원래 두 사람 사이에 호감이 있었던 것이었는지, 둘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고 그는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사귀어볼 생각이 없냐고 묻습니다. 그렇게 둘은 만남을 시작합니다. 

 

그녀의 결심도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종우가 잘생기긴 했지만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고, 그녀는 이미 두 번이나 결혼 생활에 실패해서 이혼을 했던 터라 새로운 시작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녀가 2번의 이혼을 하게 된 건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표면적인 이유는 그녀의 직업 때문이었습니다. 시체를 만지고 닦고 옷을 입히는 일을 하기에 사람들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종우는 그녀의 손을 '이쁜 손'이라고 칭찬합니다. 그리곤 나중에 그가 죽었을 때 그 손으로 본인을 천국에 보내달라고 말했습니다. 본인의 가장 아픈 부분이자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사랑해주는 그의 진심이 통해서였는지 그녀는 그가 좋았습니다.

 

종우는 오랜 시간 동안 병이 서서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더욱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에게 자신이 꼭 그녀의 곁을 지켜줄 거라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마땅한 수술이 불가능하니 그는 중국으로 출국해서 수술을 받고 돌아오고,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 치료를 합니다. 두 사람은 바쁘다는 핑계로 혼인신고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아마 두 사람도 알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의 병은 쉽게 완치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님을. 그래도 두 사람은 여느 평범한 연인처럼, 부부처럼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얘기를 하고, 여행을 다녔고, 사랑도 나눴습니다. 

 

종우의 투병 의지만큼 지수는 그를 응원해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해야 하는 시간들을 빼면 그와 매 순간을 함께 하면서 그의 투병을 응원하고 간호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병세가 악화만 되는 종우를 곁에서 보고만 있는 것은 그녀 역시도 힘들고 괴로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용하다는 침술사를 찾아가 보기도 하는데 불법 침술원에서 치료를 받은 종우는 응급실에 실려갑니다. 병세가 조금씩 더 나빠진 종우는 집중치료실로 옮겨지는데 그 병동에는 그처럼 의식 불명 상태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로 이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도 그의 꿈이었던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꾸준히 했지만, 그의 혼자 힘으로는 책장 하나도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마음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변호사 공부를 하던 친구가 어엿한 변호사가 되어서 그를 문병 왔을 때 그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그가 그 병동에 누워서 지켜봤을 수많은 죽음, 그리고 가족들의 힘든 삶과 서러움을 목격하면서 그는 지수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는 결국 그녀를 밀쳐내기로 마음을 먹고, 그녀의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하고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내면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게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도 그녀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됩니다. 혀를 깨물어 자살을 시도했었지만 그럴 힘도 없어서 미수에 그치고, 결국 인공호흡기를 다는 신세사 된 종우는 이제 말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몸도 마음도 서서히 죽어가는 그는 특수 컴퓨터로 한 자 한 자 눌러가며 지수에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자신을 죽여달라고. 

 

더 이상 살아갈 의미도, 더는 힘들어하는 지수를 볼 용기도 없었기에 그는 삶을 마감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지수는 결코 그를 보내줄 수가 없습니다.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곁에 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애처롭고 아름다우며 슬픈 마지막을 준비하고, 종우는 숨을 거둡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종우의 몸을 조용히, 차분히 닦으며 수의를 입히고 마지막으로 끌어안는 지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과연 상대방을 온전히 그 자체로 사랑하고 있는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상대가 어느 날 갑자기 투병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아픈 몸을 하고 있는 상대방도 사랑할 수 있을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지수가 말했듯이 '사랑은 모든 것을 불사르는 것'이라는 말도 남이 하는 것만 바라보는 것이 쉬울 뿐, 직접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주 흔하진 않지만 종종 영화 속 '종우와 지수'를 봅니다. 난치병에 걸려서 투병을 하고 있는 상대방과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며 뜨겁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을 응원합니다. 하지만 결코 나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별을 하던 원하지 않던 이별을 하던, 이별의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와 함께 있기에 행복한 것은 행복한 게 아니야, 혼자 있어도 행복해야 진정 행복한 거지'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랑이 내 몫이었으면 합니다. 

 

●영화의 간단한 정보

오늘 소개한 영화는 2009년에 개봉한 눈물 쏟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입니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너는 내 운명'도 참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이 영화 또한 가슴이 먹먹해지게 하는 영화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으며 총 누적관객수 216만 명으로 나쁘지 않은 흥행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 예상하셨듯이, 이 영화의 제목은 가수 김현식의 노래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따온 것입니다.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평은 호의적이었습니다. 다만 평론가들의 평은 조금 박한 편인데,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서 보이는 뜬금없는 코미디 연출과 갑작스러운 전개 등이 그 이유입니다. 다만 러닝타임 121분 동안 루게릭 환자가 겪는 감정의 변화, 신체의 변화와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선이 훌륭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나온 비슷한 사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과 같이 경험이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반응이 사뭇 다릅니다. 

 

플롯이 아쉬운 반면에 그 아쉬움을 배우들의 명연기로 커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배우 김명민은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유명한 배우이기에 그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는 컸고, 그는 이에 부응했습니다.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그는 촬영 내내 연기 못지않게 가장 신경 쓴 것이 체중관리였다고 합니다. 촬영이 마무리될 때까지 그는 하루에 김밥 반 줄만 먹으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과 후반의 그의 모습은 뼈가 앙상해 보일 정도로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배우 하지원의 연기를 온전히 본 것이 처음인데, 그녀의 연기가 좋았다고 정말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지켜보는 사람의 모습을 순수하면서도 당찬 이미지로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내 연기한 그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는 영화였습니다. 극 중 수 회의 노출 장면이 있으나 플롯의 흐름상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부터 극 중 흔들리기 시작하는 감정들까지, 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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