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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북이 달린다'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by Bantonio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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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북이 달린다.'의 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대부분 기억할 것입니다. 이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의 설정은 바로 이 전래동화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화 속 거북이는 느립니다. 느리지만 우직하게 자신의 속도대로, 쉬지 않고 꾸준히 달리기 때문에 동화 속에선 그가 경주에서 토끼를 이깁니다. 반면에 토끼는 정말 빠릅니다. 거북이와 비교한다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동화에서 그랬듯이 꾀를 부리지 않는다면 토끼가 당연히 경주에서 우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거북이는 '필성'(김윤석)이고, 토끼는 '기태'(정경호)입니다. 

 

필성은 충남 예산의 경찰서에서 경감으로 일하고 있는 시골 사람 중의 시골 사람입니다. 충청도 사람들을 한 번이라도 상대해봤다면 그들 특유의 느릿함과 애매모호함을 잘 알 것입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그는 평범한 시골 사람으로 자라왔고, 경찰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5살 연상의 아내 그리고 딸아이와 함께 지하 만화방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여태껏 아내 앞에서 기 한번 못 펴보고 살고 있는 그는 순박하고 약간 순진한 시골 경찰입니다. 그래도 마을에서는 나름 그 능력을 인정받아서 학교 일일 교사를 추천할 때 1순위로 꼽을 수 있는 사람으로 평판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가 완전히 순진하진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왠지 모르게 시골에선 으레 지연과 학연이 더 심하게 작용할 것인데 필성은 딱 그에 부합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지인으로부터 불법 출장 안마 때문에 본인의 지인이 사업이 안된다면서 돈을 건네면 그는 자연스럽게 이를 받아서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다가 체포해 온 포주가 심장 발작으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정직 3개월이라는 처분을 받게 됩니다. 그는 이 사실을 아내에게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안 그래도 무서운 아내이고 게다가 5살 연상이라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평소에 경찰들은 집에서 어떤 사고를 치면서 사는지 알 수 없으나, 대부분 경찰관의 아내들은 성격이 날카롭고 드세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라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에게 도저히 말할 수 없었던 그는 3개월 치 급여를 빌리려고 해 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때마침 예산에서는 소싸움대회를 유치할 예정이었는데 그의 동네 양아치 친구 용배로부터 판돈을 키워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아내의 통장을 몰래 훔쳐서 300만 원을 베팅하는데 그의 도박은 성공적이어서 1,800만 원이 됩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아내에게 큰 소리를 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 용배는 소싸움 대회에서 마주쳤던 기태에게 습격을 당하고, 그가 갖고 있던 필성의 상금을 뺏깁니다. 필성은 눈이 뒤집혀서 그를 뒤쫓아서 몸싸움을 벌이지만 기태에게 아주 농락을 당하면서 흠씬 두들겨 맞고 기절을 해버립니다. 

 

이미 눈이 뒤집힌 필성은 기태를 잡기 위해서 그를 수소문하고, 그의 은신처를 발견한 그는 용배와 양아치들을 동원해서 습격을 하지만, 결국 그의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수모만 겪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동화 속에서 '거북이'입니다. 그는 볼품없이, 누가 봐도 열세지만 끈질기게 기태를 쫓아갑니다. 파면, 욕받이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기태를 구석으로 모는데 성공을 하고, 결정적인 주먹을 쓰지 않은 기태는 필성의 반격을 맞고 쓰러져 체포되어버립니다. 필성은 결국 포상도 두둑이 받고 금의환향해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 속 기태(정경호)는 토끼입니다. 그는 실존 탈주범인 '신창원'을 모티브로 설정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전설의 탈주범 신창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내연녀들을 이용해서 도망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들의 탈주를 도운 내연녀들은 하나같이 말하길, '그만큼 착하고 선한 사람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그는 907일이라는 시간 동안 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였습니다. 

 

신창원을 모티브로 한만큼 기태는 내연녀들의 마음을 뒤흔들기 충분한 수려한 외모, 호리호리한 몸매를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싸움까지 잘하는 그는 과거 무술 유단자 5명의 경찰들과 붙어서 그들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도주한 것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사실 범죄자라고 해서 그가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다혈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그런 무계획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는 감정을 통제해야 할 땐 통제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무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소싸움 대회에서 자신의 내연녀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멀리서 그녀가 용배의 무리에게 희롱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화를 참았지만, 그가 그들에게 어린아이 취급을 당하면서 무시를 당하자 그는 눈빛이 돌변하였고, 그날 밤 그들의 거취를 찾아가서 그들을 폭행합니다. 그리곤 용배가 갖고 있던 필성의 1,800만 원도 가져가 버립니다. 여기서부터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가 그 돈가방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필성이 그를 뒤쫓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눈앞에 2천만 원에 가까운 거금이 있는데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의 행동은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그의 출신, 외모, 종교 등으로 함부로 예단을 해서는 안되지만 그는 현재 범죄자이기 때문에, 그가 절도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지는 않습니다. 

 

과묵하고 의문스러운 행동거지 때문에 냉혈한으로 보이지만 그는 내연녀에게만큼은 진심인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동안 많은 내연녀들에게 똑같은 행동을 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경주에게 안전하게 오토바이를 타라고 헬멧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가 용배 일당을 구타한 것도 그녀에게 했던 희롱에 대한 복수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녀를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남은 일말의 동정심, 연민 등은 결국 그를 '실패'로 이끌었습니다. 사랑을 하면서 생긴 감정 때문에 무뎌진 것인지, 그는 필성과의 혈투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고, 결국 그것은 필성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어서 그는 오랜 도주 생활을 마감하게 합니다. 어떻게 범죄자가 보통 사람들처럼 감정을 갖고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던 저에게, 범죄자도 범죄를 저지르기 이전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경각하게 하였습니다. 

 

 

●영화의 기본 정보

오늘 소개한 영화는 2009년에 개봉한 범죄 코미디 영화 '거북이 달린다'입니다. 배우 김윤석과 정경호가 주연으로 출연하여 열연을 펼쳤습니다. 이미 배우 김윤석에 대한 연기력은 명성이 자자했으므로 이 영화 또한 믿고 보는 영화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영화관을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골 형사가 전국구 탈주범을 잡는다는 설정의 이야기로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는데, 장르는 범죄를 다루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장르가 갖고 있는 장면 중에 하나인 차를 폭파시킨다거나 도심 속에서 이루어지는 추격신 이런 것은 나오지 않고 잔잔하고 평온한 코미디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러닝타임 117분에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주먹과 발길질이 오고 가는 것과 여성의 둔부를 움켜쥐거나 담뱃불로 가해를 하는 등의 장면이 연출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등급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연출된 장면은 사실 지금 청소년들의 사회적, 문화적 이해도를 고려했을 땐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나와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에 입소문을 탔고 총 누적관객 수 302만 명을 기록하여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무능하고 게으른 경찰과 지능적이고 싸움도 잘하는 범인이라는 설정 하나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영화를 보다 보면 고구마를 먹은 듯이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를 대한민국 경찰청에서는 아주 싫어할 것 같습니다.

 

영화 ' 거북이 달린다'에는 배우 김윤석(조필성 역할), 정경호(송기태 역할), 선우선 (경주 역할), 김미려(조필성 아내 역할), 신정근(용배 역할), 주진모 (강력반 반장), 김희원(특공무술 원장)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좋은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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