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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뢰한'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사나이 픽쳐스/ 전도연/ 김남길/ 멜로/ 청불

by Bantonio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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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뢰한'의 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무뢰한(無賴漢)

오늘 소개할 영화는 2015년에 개봉한 하드 보일드 멜로 장르의 영화, '무뢰한'입니다. '사나이 픽쳐스' 영화 제작사에서 제작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들의 영화적 색깔답게 출연한 배우들도 대중들의 눈에 익숙한 배우 박성웅(박준길), 곽도원이 다시 한번 출연하였고, 이 영화의 메인 캐릭터로 전도연(김혜경)과 김남길(정재곤)이 호흡을 맞췄습니다. 

 

영화를 리뷰하기에 앞서 영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알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뢰한(無賴漢)'이란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일정한 소속이나 직업이 없이 불량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일정한 직업 없이 돌아다니며 불량한 짓을 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으며 무뢰배가 같이 실려 있습니다. 

한자 자전에서 찾아보면 무뢰(無賴)는 ①교활하고 거짓이 많음. 그런 사람 ②믿을 수 없음 ③미워하여 욕하는 말 ④사랑하여 짐짓 욕하는 말 ⑤괴로움, 근심이 있어 마음이 편안하지 아니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무뢰한'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고려했을 때, 분명 이 영화 속 캐릭터에서는 살인자이며 도박, 여자에 빠져 있는 조폭인 박준길을 지칭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했듯이, 경찰과 조폭의 차이는 한 끗 차이라고 합니다. 이 말이 어느 정도 정확한 말이라는 사실은, 범죄자 검거와 사건 해결에 혈안이 되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무자비한 형사 정재곤이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돈과 여자에 혈안이 되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조폭과 범죄자 검거에 눈이 멀어서 법을 위반하는 형사들의 모습은 결국 추구하는 것은 다르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하곤 합니다.

 

감독 오승욱의 말에 따르면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처음 탈고된 것은 2005년이라고 합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제작 단계로 이어진 것인데 그의 절친이라고 알려져 있는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회사에서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으나 무산되었습니다. 이후 오랜 기획 과정을 통해 박찬욱 감독은 기획자로 이름을 남기고 사나이 픽쳐스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성관계를 갖는 장면, 총과 칼을 쓰는 유혈 액션 장면 그리고 향정신성 약품(마약)을 투약하는 장면 등이 연출되어 있어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고, 국내 총 누적관객수는 41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수치로만 따지면 흥행과는 거리가 먼 영화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몰입해서 감상하다 보면 정말 씁쓸하고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이 느낌이 훌륭합니다. 

 

●그는 왜 그녀와 사랑에 빠졌을까.

강력계 형사 재곤(김남길)은 형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합니다. 그가 유명한 이유는 범죄자 검거와 사건 해결만을 위해 몰두하는 것과 이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입니다. 문 형사(곽도원)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 용의자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그의 여자 친구를 붙잡았는데 그녀가 협조를 하지 않자 그녀를 동료들과 모텔 방에 데려가서 그녀에게 돼지 발정제를 발랐다고 합니다. 이런 악명을 갖고 있는 그가 지금은 준길(박성웅)을 쫓고 있습니다. 

 

준길은 살인을 저지르고 도주 중입니다. 그가 몸 담았던 조직이 큰 조폭 단체였기 때문이었는지 그 조직의 수장은 경찰에도 뇌물을 상납하면서 경찰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재곤에게 선배 형사가 찾아와서 준길을 검거하거든 다리 하나를 불구로 만들라고 말하는데, 그 선배 형사는 조폭에게서 뇌물을 받는 형사였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재곤이 준길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달라질 것이 없으므로 그는 침묵으로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재곤은 가장 먼저 준길의 여자 친구인 혜경(전도연)의 거처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몰래 그 집에 들어가서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그녀의 집 앞에서 잠복을 합니다. 그의 예상대로 준길은 혜경의 집에 찾아왔고, 성관계를 맺고 잠이 들어버립니다. 그 사이 재곤은 집에 들어가 조용히 준길을 밖으로 불러내고 곧 둘의 격한 몸싸움이 시작됩니다. 엎치락뒤치락 치고받고를 하지만 결국 재곤은 검거에 실패합니다. 이후 준길은 형사들이 자신의 뒤를 쫓는다는 사실을 눈치채서 잠수를 타버립니다. 

 

하지만 재곤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입니다. 그는 혜경이 일하는 유흥주점에 영업 부장으로 위장 취업을 해서 그녀의 곁을 배회하는데, 이는 모두 준길을 검거하기 위함입니다. 혜경은 오랜 시간 이 업계에서 꽤 이름을 날렸던 술집 여자입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작은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곁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를 지켜본 재곤은 그녀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겉으론 정말 화려하고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듯이 보였던 그녀지만, 그녀가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것들을 감내했고 지금도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알게 되고 난 후, 재곤의 마음속에 큰 파장이 생긴 듯합니다. 오로지 사건 해결만을 보고 달려오던 경주마 같은 삶을 살아온 재곤에게 동정, 안타까움, 연민의 감정이 생겨버렸고 이는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준길이 그녀에게 요구하던 돈 3천만 원을 본인이 줄 테니 자신과 도망가자고 말하는 재곤의 말에 혜경은 잠시 그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어쩌면 언제 올지 모르면서 기다리게만 하는 준길보다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재곤과 함께 하는 삶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 속은 알 수 없으나 분명 그녀도 재곤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녀에 대한 그의 마음이 궁금했던 그녀는 재곤에게 "정말이냐. 진심이냐"라고 묻지만 재곤은 "내 말을 믿냐?"라고 대답합니다. 아마 그녀에게 자신의 신분과, 그녀에게 접근했던 목적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두 가지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녀에게 당장 어디론가 떠나서 살자고 제안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혜경이 준길을 만나서 3천만 원을 건네주려고 차에 타는 순간, 잠복해있던 경찰들이 그들을 덮칩니다. 하지만 칼을 들고 있는 준길에게 속수무책으로 제압당하는 경찰들이 보입니다. 조금 떨어진 승합차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그는 차에서 내려 준길을 가슴을 향해 총을 발포합니다. 아마 그가 끝까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정체를 혜경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쓰러져 죽어가는 준길을 끌어안은 혜경은 오열을 하며 재곤을 노려봅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 혜경을 수소문하는 재곤은 어느 음침한 빌라 지하에서 그녀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 그녀를 찾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같은 자리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던 재곤은 그녀의 거주지에서 마약 투약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현장을 급습해서 또다시 범죄자들을 체포해갑니다. 그녀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그에게 칼을 꽂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녀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상처를 부여잡고 자리를 떠납니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납니다.

 

저는 영화 속 재곤의 모습을 보면서 '스톡홀름 신드롬'을 잠깐 떠올렸습니다. 인질로 붙잡힌 사람들이 인질범에게 동정을 하게 되고 그를 위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현상. 이 영화 속에서는 범죄자의 연인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관련성을 없어 보이지만, 갑자기 이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아마 그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은 사건과 범죄자뿐이었던 그에게 새로운 감정을 심어준 상대가 바로 혜경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그녀를 가로막는 것은 그가 만든 거짓된 신분과 상황이므로 둘은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음을 그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씁쓸한 작별인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혜경은 시궁창 같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영화 '무뢰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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