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기본 정보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할 영화는 2007년에 개봉한 음악영화 '원스(Once)'입니다. 두 주인공이 아일랜드에서 서로의 음악을 알아보고 진지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음악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서, 아일랜드 영화제작사에서 촬영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총 누적 관객수 24만여 명을 기록하여서 나쁘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24만이 나쁘지 않은 기록인지 궁금할 수 있겠으나, 이 영화는 놀랍게도 독립영화입니다. 저예산(한화 1억 4천만 원 상당) 영화로서 국내 상영관은 10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상영관 비율로 치면 이 기록은 국내에서 상영된 독립영화 중에서 최고 흥행 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숫자로 따지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 '워낭소리'(296만), '노무현입니다.'(184만), '울지 마 톤즈'(44만)에 이어서 역대 5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수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뿐만 아니라 OST 'Falling slowly' 등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만 943만 달러, 해외 1,127만 달러, 모두 합쳐 2,07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 들였습니다. (제작비는 15만 달러). 음악은 영화 속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잘 만들어졌다.' 정도가 아니라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가 될 만큼 훌륭한 음악이었습니다. 실제로 글렌 헨사드는 아일랜드의 인디밴드 '더 프레임스'의 보컬 및 기타리스트라고 합니다. 여담으로 우리나라에도 2009년 1월에 내한 공연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영화의 흥행은 이후 수많은 형태로 변형되어서 대중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예로 영화 '원스'도 뮤지컬화가 되었었습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공연을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2014~2015년 윤도현과 전미도 씨가 역할을 맡아서 멋진 목소리와 연기로 대중들에게 뮤지컬을 선보였습니다. 흥행은 그다지 좋진 않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참고로 이 영화 속에는 길거리 공연 장면이 있는데, 처음에는 보조출연자들로 이루어진 줄 알았으나, 이게 모두 실제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이는 영화용 카메라가 아니라 6미리 카메라로 스태프들이 숨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플롯상 특이한 점은 그 구조에 있는데, 이 영화에는 보통의 영화들이 갖고 있는 갈등 구조가 없다는 점입니다. 두 주인공이 만나서 음악 작업을 위해 돈을 모으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해서 작업을 하면서 발생할 만한 일말의 갈등이 없다는 점에서 모두 순탄하기만 합니다. 두 캐릭터 사이에 직접적으로 서로를 좋아한다는 대사나 표현 같은 것은 없으나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분명 그 미묘한 감정을 느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결말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분명 해피엔딩이긴 한데 뭔가 아쉽고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행복한 것 같은데 씁쓸한 것 같은 결말?
오늘의 주인공 '그'(글렌 헨사드)는 평범한 청소기 수리공입니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해 보이는 그에게는 특별한 재능이나 취미가 있습니다. 바로 음악입니다. 그는 일이 끝나면 길거리에 나가서 버스킹을 합니다. 낮 시간에는 사람들이 익히 알만한 곡이 아니면 음악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대중적인 곡을 연주하지만, 밤이 되면 그의 음악을 시작합니다. 물론 사람들은 자신들의 갈 길이 바빠서 멈춰 듣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마르케타 이글로바)가 그의 음악을 유심히 들으면서 그의 음악이 갖고 있는 진정성에 감명을 받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이 됩니다.
'그녀'는 체코 출신의 여자로, 그녀에겐 어린아이가 있습니다. 결혼을 했으나 지금은 이혼을 하고 아이와 함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에게도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는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피아노입니다. 삶에 치이고 힘들어도 매일 1시간씩 카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그녀의 삶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거리를 지나가다가 '그'가 연주하는 음악에 이끌려서 그와 인연이 닿습니다.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그 역시 그녀의 음악에 진정성을 느끼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작사를 해주고 작곡을 도와주며 조금씩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가 그녀에게 선물해준 CD플레이어를 가지고 밤새 작사를 하다가 건전지가 떨어지자 자신의 아이가 모으고 있는 저금통을 깨서 건전지를 사는 모습은 두 사람이 음악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 참 애틋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에게는 아직 잊지 못한 옛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기 위해, 그리고 옛사랑을 만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그녀에게 함께 앨범을 녹음해보자는 제안을 하게 되고 그녀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합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앨범 작업을 하면서 두 사람은 더 가까워지게 됩니다. 음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남자는 그녀에게 물어봅니다. "아직 그(이혼한 남편)을 사랑하나요?". 그러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밀루유 떼베"라고 답합니다. 이 말은 체코어로 "너를 사랑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알 턱이 없었으므로 그냥 그렇게 지나갑니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앨범 작업을 마치고, 남자는 런던으로 떠나고 여자는 돌아온 남편과 함께 행복한 삶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작업 마지막 날 밤, 그는 그녀에게 같이 아침 식사를 하고 가지 않겠냐고 물어봅니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을 하게 됩니다. 아쉬운 마음에 그는 한 번 더 물어보지만 그녀의 대답은 같았습니다. 그녀도 사실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같이 하게 되면 그 이후에 사랑은 더 깊어지게 될 것이고 그럼 돌이킬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잊지 못한 옛사랑이 있고, 그녀에게는 아이와 가정이 있습니다.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문학을 사랑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로서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할 것들을 영화에서라도 대리만족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선물을 한 가지 하는데, 그것은 피아노였습니다. 그와 그녀를 만나게 해 준 것이 음악이었으니 그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음악일 텐데, 그게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되기로 선택을 한 것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인생의 찰나와도 같은 그 순간을 통해서 일상의 행복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그런 점에서 분명히 영화의 끝은 해피엔딩으로 닫힌 결말이지만, 관객들은 뭔지 모르게 씁쓸하고 아쉬움이 남는 결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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