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배경: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살인의 추억'입니다. 이 영화는 1986년 화성에서 일어난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에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으로 불렸지만,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경찰이 당시에 남아있던 DNA 대조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했고, 2019년 10월 1일 다른 죄목으로 이미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하며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다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범죄 수사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낙후된 편이어서 혈액형 대조는 가능했으나 유전자 감식은 외국에 의뢰를 해야 가능하였습니다. 범인은 잡혔지만 2006년에 이미 그의 모든 범죄가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은 불가능했습니다. 다만 그가 이미 다른 죄목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은 상태이므로 가석방을 막아 영구적으로 사회와 격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총 관객 수 525만 명을 기록할 만큼 성공적인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한국 스릴러 영화로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힐 만큼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 되었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영화학도들에게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대표주자라고 얘기들을 합니다. 영상 촬영 기법적인 측면에서 화면의 전환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한 테이크로 모든 등장인물이 차례로 보이거나 함께 한 장면 안에 들어가는 기법은 지금 봐도 정말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영화를 보실 때 이 점도 눈여겨보시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출연진으로는 '박두만'역할에 송강호, '서태윤'역할에 박상경, '조용구'역할에 김뢰하, '신동철'역할에 송재호, '권귀옥'역할에 고서희, '백광호'역할에 박노식, '조병순'역할에 류태호, '박현규'역할에 박해일이 배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국내의 굵직한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고(대종상), 해외 영화제에도 초청이 되어 상영되기도 하였습니다.
● 영화 줄거리 요약
한 시골 소년이 논두렁에서 메뚜기를 잡으러 다니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합니다. 주먹구구식 1980년대 경찰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두만(송강호)은 수로 아래에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두만이 용의자를 특정해서 조사를 시작하지만 그저 피해자의 인간관계, 평소 행적 등을 조사하고 물어보는 등 아주 초보적인 수사를 합니다. 사건이 진척을 보일 리가 만무합니다.
한편 시간이 또 흘러, 첫 번째 희생자가 나왔던 근처에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됩니다. 경찰들이 현장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피해자의 유품을 갖고 놀고, 현장에 남겨진 족적은 경운기가 그대로 밟고 지나가는 등 현장 보존마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대로 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한편, 두만에게는 설영이라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그녀는 원래 간호사였다가 지금은 마을 사람들에게 불법으로 주사를 놔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녀가 두만에게 말하길, 두 번째 희생자인 향숙이를 고깃집 아들 광호가 졸졸 쫓아다녔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를 들은 두만은 광호를 경찰서 지하실로 데리고 가 심문을 합니다. 광호는 어렸을 적 큰 사고를 당해 화상을 입었었는데 정신도 조금 이상한 편입니다. 심문이 잘 안되자 두만의 경찰 후배인 용구가 나타나 군화 발로 광호를 걷어차고 천장에 줄을 매달아 광호를 묶습니다. 역시나 용구는 두만보다 더한 폭력 경찰이자 다혈질로 보입니다.
어느 날 안개가 자욱한 날, 서울에서 이 사건을 지원하기 위해 태윤이 발령을 받아 왔습니다. 논두렁을 따라 경찰서로 가는 길에 어느 여자가 태윤을 보고는 놀라서 도망가는데, 태윤은 그녀를 도와주러 다가가나 같이 엎어지면서 논두렁 아래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를 본 두만은 또다시 강간 범죄 사건으로 오해하고 그에게 냅다 주먹질을 합니다. 이렇게 두 남자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두만, 용구 그리고 태윤은 심문실에서 '수사반장'을 보면서 중국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그 사이 귀옥이 증거 사진이라며 사진을 가져다주는데 이는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본 태윤은 이 사진은 두만이 광호의 신발로 조작해서 만든 것임을 알아챕니다. 심문이 잘 이루어지지 않자 두만과 용구는 광호를 데리고 야산으로 데려갑니다. 그리곤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생매장을 해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두만이 광호에게 유도신문을 하자 광호는 자연스럽게 얘기를 시작하는데 향숙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하지만 왜 죽였는지를 묻자 광호는 자신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말합니다. 화가 난 두만과 용구는 광호를 마구 폭행합니다.
현장검증이 있던 날, 광호의 아버지가 현장에 나타나 그의 무죄를 주장하고, 광호마저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고 소리칩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태윤은 그의 손을 가리키며 화상으로 손이 망가졌는데 어떻게 피해자들을 끈으로 결박할 수 있겠냐며 말합니다. 결국 영장은 기각이 되고 광호는 풀려났습니다.
새로운 반장 동철은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며 직감에만 의존하려 하는 두만과 용구를 못 미더워하지만,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눈빛이 살아있는 태윤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태윤은 이 사건은 연쇄 살인임을 주장하며 지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여자도 어딘가에서 살해되어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두만과 용구는 콧방귀를 뀝니다. 하지만 실제로 수색이 이루어지고 시체가 발견되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이 이전부터 잘 알고 지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수사를 한다고 고작 생각한 것이 비 오는 날, 빨간 옷을 입어서 일부러 으슥한 거리를 걷게 하는 함정수사였습니다. 이렇게 형사들이 헛짓거리를 하는 동안 화장실 변소에서 나타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고, 또 그 사람을 우연히 잡아서 또 구식 수사를 하는 등 시간이 낭비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중에 생존한 여성을 알게 된 태윤은 귀옥과 함께 그녀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는데 그 범인의 손이 매우 부드럽다는 단서를 얻어냅니다.
또 귀옥은 남다른 섬세함으로 사건이 발생한 날의 라디오 기록을 알아보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늘 같은 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방송국에서는 이미 사연을 모두 버렸다며 비협조적으로 나오지만 결국 알아낸 경찰들은 사연에 적힌 주소로 찾아갑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현규입니다. 그는 군대를 전역하고 고향의 어느 공장에서 사무직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긴 것이 조금 께름칙하긴 한데, 무엇보다 그의 손은 고생 한번 한 적이 없는 것 같이 부드럽습니다.
다음 희생자가 발견되고 시체를 부검하던 경찰은 정액을 발견하게 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기술로는 유전자 정보를 읽을 수가 없어서 미국 FBI로 보내 의뢰를 합니다. 또 시체의 음부에서 복숭아 조각 9개가 나옵니다. 처음엔 현규를 신사적으로 심문을 하지만 그가 "무고한 사람들이 여기서 죽어 나간다는 것을 다 안다."라고 말하며 소리를 지르자 용구는 결국 발길질을 해댑니다. 하지만 이미 상사와 기자들로부터 한껏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던 반장이 그를 만류하며 되려 용구에게 발길질을 합니다.
심증은 있으나 증거가 없어서 답답해하는 태윤은 이 과정에서 많이 시달려서 이전과 같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죽여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던 중 광호의 자백이 생각난 태윤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챕니다. 사실 광호는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 범행 현장을 목격했던 것입니다. 광호를 찾기 위해 도착한 고깃집에서는 용구가 이미 술에 잔뜩 취해 있었습니다. 그리곤 용구와 대학생들 간에 싸움이 일어났는데 그 사이에 광호가 나타났고 태윤은 싸움에 휘말렸고 두만이 광호의 뒤를 쫓습니다. 전봇대에 매달린 광호와 대화를 하던 두만은 그가 범인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 광호는 갑자기 호루라기를 불며 기찻길로 뛰어들어 들더니 그렇게 목숨을 잃습니다. 이젠 목격자도 사라져 버린 경찰들은 좌절합니다. 또한 아직은 현규가 범인이라고 확신을 할 결정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그를 구속할 수 없었던 경찰은 그에게 24시간 감시를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태윤이 그를 놓쳐 버립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발견하기 전까지 2시간여의 시간 동안 살인 사건이 다시 발생합니다. 야산에서 여학생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그녀는 태윤이 탐문 수사를 할 때 반창고를 붙여줬던 여학생이었습니다.
충격에 이성을 잃은 태윤은 총을 갖고 현규를 찾아가 기찻길로 그를 끌고 갑니다. 그를 때리면서 추궁하지만 현규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합니다. 그가 현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순간, 어디에선가 두만이 나타나서 그를 저지합니다. 두만은 미국에서 서류가 왔다며 태윤에게 보내주며 현규에게 수갑을 채웁니다. 하지만 서류에서는 그 정액의 DNA가 현규의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허탈함에 현규를 쳐다보며 두만은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말하는 대사가 압권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두만은 녹즙기를 파는 영업사원이 되었고 가정을 꾸렸습니다. 거래처를 만나러 가는 길에 예전에 자신이 수사를 했었던 논두렁에 간 두만은 거기서 어느 여학생을 만나고 그 여학생은 그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전해주며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 후기
2003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각색이 이루어져서 영화의 배경으로 설정되다 보니, 지금 후기를 작성하는 시점에서 밝혀진 사실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용의자 박현규의 실제 인물은 억울하게 경찰의 추궁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정신적 피해를 받았습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나온 범인의 행적은 실제 이춘재의 행적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의 특징적인 것은 단순히 스릴러 장르라고 하기보다는 그 속에 사회를 풍자하고 코믹한 요소를 섞어서 자조 섞인 웃음을 짓게 한다는 것인데, 영화 속에 나온 1980년대의 경찰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실소를 하게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반향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정부와 경찰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묘사해서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는 이유로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 연출진 들을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등록해서 관리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영상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One Take 기법은 가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서만 본 적이 있었는데, 영화에서도 이 기법을 사용해서 영상을 제작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때문에 영상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많이 참고한다고 합니다. 실험적인 만큼 쉽지 않은 영상 기법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명대사로는 "밥은 먹고 다니냐?"가 대표적인데 이에 대한 해석도 영화팬들 사이에서 분분합니다. 이 대사가 현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한 대사인지, 혹은 당시 아직 잡히지 않은 범인에 대해서 하는 대사인지 아니면 현규에게 하는 대사가 맞지만 이제는 연민의 감정이 생겨서 이 대사를 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장면이 두만(송강호) 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범인에게 하는 대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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