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소개: 보수적인 사회에서 선보인 파격(破格)
2001년에 개봉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표면적으로는 동성 간의 사랑을 보인 영화로, 지금도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LGBTQ+ 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음에도, 다소 파격적인 연출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가부장적인 요소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국민 3명 중 1명은 개신교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한국의 개신교는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서 동성 간의 사랑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습니다. 그들의 교리가 그러하기에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아무튼 표면적으로는 동성 간의 사랑이지만 사실 죽은 여자친구의 환생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순수한 동성애 영화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있습니다. 출연진으로는 '인우'역할에 이병헌, '현빈'역할에 여현수, '태희'역할에 이은주, '혜주'역할에 홍수현 배우가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 영화 줄거리
인우(이병헌)는 21살 국어국문학과 대학생으로 부끄러움이 많은 샌님입니다. 21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그를 친구들이 놀리고 연애를 부추기지만 인우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않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우산을 들고 여느 때처럼 등교를 하던 인우의 우산 아래로 태희(이은주)가 비를 피해 들어옵니다. 얼떨결에 같이 버스 정류장까지 우산을 같이 쓴 인우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사실 태희는 가게에서 비를 잠시 피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인우가 맘에 들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의 우산을 같이 쓴 것입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그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던 인우는 혼자 애가 탑니다. 그러던 중 학교 캠퍼스 건물로 친구들과 걸어가고 있는 태희를 발견한 인우는 그녀가 같은 학교 조소과 대학생인 것을 알게 됩니다. 인우는 사랑에 눈이 멀었기 때문에 본인 전공 수업도 빼먹고 조소과 수업을 청강하기도 하고, 본인 학과 MT도 빠진 채 조소과 MT까지 따라갑니다. 조소과 MT가 진행되던 바닷가에서 노래도 부르고 즐겁게 놀던 와중에 태희가 혼자 바닷가 근처 방사림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인우는 그녀를 따라가고 거기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노을 아래 춤을 추고 연인이 됩니다. 사랑에 미친 그는, 그녀가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진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말하자, 난생처음 담배를 피우며 친구한테 도넛 연기를 뿜는 방법을 배우는 등 어처구니없는, 어쩌면 너무나도 순수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들의 뜨거운 사랑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학기 초에 홧김에 했던 입영 신청 때문에 입영통지서가 인우에게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꼭 군대를 기다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태희의 말에 인우는 안심하고 입대를 하게 됩니다. 인우가 훈련소로 이동하는 날, 둘은 마지막으로 용산역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하지만 용산역으로 향하던 태희는 역 앞에서 트럭에 치여 교통사고를 당하고 결국 숨을 거둡니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도 끝나는 듯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러, 인우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에겐 아내도 있습니다. 새로운 학기가 되어 인우는 2학년 담임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의 반엔 자유분방하고 조금은 문란하기도 한 남학생 현빈이 있습니다. 인우는 현빈을 그저 조금 독특한 학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어 갔습니다. 물을 마실 때 새끼손가락만 든다던가, "젓가락은 시옷 받침인데 숟가락은 왜 디귿 받침이에요"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은 모두 17년 전 죽은 자신의 여자친구 태희가 했던 행동들이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현빈이 길거리에서 이상한 기분에 이끌려 구입한 라이터를 인우가 발견하게 되는데, 그 라이터는 태희가 자신에게 17년 전 선물한 라이터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인우는 현빈을 죽은 여자친구의 환생이라고 믿게 됩니다.
현빈에게 느끼는 특별한 감정 때문에 인우는 그를 이전과는 다르게 대하게 되고, 현빈의 여자친구였던 혜주(홍수현)로 인해 학교에 소문이 돌면서 결국 인우는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고 아내와의 관계도 망가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현빈을 피해자라고 생각했지만 현빈은 학교에 나가지 않으면서 인우에 대한 감정으로 혼란스러워합니다. 현빈은 죽은 태희의 환생이기에, 인우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둘은 용산역에서 다시 재회를 합니다. 그리곤 17년 전 태희가 하고 싶어 했던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납니다. 번지점프대에 선 둘은 손을 붙잡고 안정 장치도 없이 뛰어내리는데,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 소감: 한 남자의 순애보
저는 이 영화가 순수한 동성애를 그린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인우가 갖고 있는 현빈에 대한 감정은 죽은 태희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고 17 년이 지나서도 그 감정을 잊지 못하고 있는 인우의 사랑이 참 가엾습니다. 죽은 연인의 환생임이 분명하지만 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죽어서라도 이루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태희의 환생이 현빈이 아닌 다른 여학생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상대가 누구든 자신이 사랑하던 태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또다시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말은 현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17 년이라는 시간 동안 잊을 줄만 알았던 첫사랑에 대한 뜨거운 감정이 다시 시작되면서 하루하루 괴로울 수밖에 없던 인우에게 행복이란 21살의 인우가 태희와 보냈던 짧지만 강렬했던 그 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의 흥행과는 별개로 그 어느 때보다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젊은 날의 사랑을 기억을 하고 있는 모두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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