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든 영화 리뷰

영화 말모이(2019)의 배경 소개/ 줄거리 등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by Bantonio 2021. 10. 14.
728x90

영화 '말모이'의 포스터. 출처: Google

○ 역사적 배경과 영화 소개

 1910년 한일 병탄 이후 일제는 식민지 조선에 조선 교육령을 1차~4차까지 차례로 시행하여 조선인의 얼과 혼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관련 사항에 조작을 가합니다. 1차에는 국어(조선어)와 일본어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지만 2차에서 국어와 국사를 수의과목(선택과목)으로 변경하여 사실상 폐지시키고 3차에서는 국어 과목을 완전히 폐지 시켜버립니다. 일제의 조선어에 대한 탄압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조선의 지식인들은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여러 단체를 설립해서 비폭력 투쟁을 이어갑니다. 그중 1931년에 설립된 조선어학회는 지금까지 알려진 한글 단체의 마지막 형태로서 '우리말 큰 사전'을 편찬하였다고 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전을 편찬하는 데는 일제의 수많은 탄압이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1940년에 일어난 조선어학회 사건이자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건입니다.

영화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과 관련해서 일부 각색이 된 부분도 있지만 영화적 허용 안에서 이루어진 부분이고 영화의 메시지는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평범한 이들'이므로 당시 관객과 평론가들도 큰 이견을 없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총관객 수 280만 명으로 나쁘지 않은 흥행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출연진으로는 '정환'역할에 윤계상, '판수'역할에 유해진, '조 선생'역할에 김홍파 등이 캐스팅되어 열연을 펼쳤습니다. 

● 영화 줄거리

 일제강점기에 맞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조상들의 노력은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오래전부터 국어(조선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던 주시경 선생이 1914년에 별세하면서 잠시 끊겼던 사전 편찬 노력은 1931년 조선어학회에서도 이어집니다. 영화도 황해도에서 행방불명되었던 사전 원고가 발견되고 이것을 정환(윤계상)이 경성역에서 가져오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한편 판수(유해진)는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이력이 있는 전과자입니다. 그는 생계를 위해 극장에서 표를 검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인들을 몰래 극장 안으로 들여보내다가 걸려서 일자리를 잃고 맙니다. 그에겐 경성 제일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덕진과 어린 딸 순희가 있습니다. 가난한 집안이었지만 조선에서 살아남으려면 일제 중학교에 가야 한다고 믿었던 판수는 없는 살림에 아들을 학교에 보냈지만 매달 납부해야 하는 사월금이 세 달 치나 밀렸습니다. 돈이 필요했던 판수는 친구와 소매치기를 하는데 하필 그 대상이 정환의 가방이었습니다. 

정환은 우여곡절 끝에 판수의 집을 찾아가 가방을 돌려받습니다. 정환은 조선어학회를 이끄는 수장으로 조 선생, 동익, 박훈 등과 '말모이' 즉 '우리말 큰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10년 가까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부름이나 잡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던 정환은 우연히 판수와 다시 만나게 되고, 옆에 있던 조 선생은 판수를 소개하며 자신이 형무소에 있을 당시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며 그를 고용하자고 합니다. 정환은 그가 소매치기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 탐탁지 않았지만 이미 판수는 학회 사람들과 많이 친해져 있습니다. 사실 판수이 조선어학회에서 일을 하기에는 큰 약점이 있었는데 그가 문맹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글을 한 달 안에 배운다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한 판수는 필사적으로 공부를 합니다. 점차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소설 '운수 좋은 날'을 읽은 판수가 대성통곡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10년 동안 사전을 편찬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지만 일제의 감시와 탄압으로 진행 속도가 느렸던 조선어학회는 이제 사투리에 관한 정보를 작업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사투리를 수집하기 위해 전국에 서신을 보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답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고전하는 조선어학회를 지켜보던 판수는 자신의 형무소 동기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들은 전라도, 경상도, 함경도, 평안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판수의 아이디어로 사전 편찬 작업을 하던 조선어학회는 우체국 직원으로부터 소식을 듣는데, 그들 앞으로 온 서신들이 너무 많으니 빨리 치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창고에 간 정환은 그동안 자신들 앞으로 온 서신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한편, 일제는 그동안 계속 조선어학회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조선어학회 조직원인 민우철의 아내가 형무소에 잡혀 있다는 것을 이용해서 그를 협박해 학회가 일하는 곳을 급습합니다. 사전 편찬을 위한 모든 서신, 원고를 빼앗긴 조선어학회는 망연자실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 선생이 일제에 체포되어 고문을 받았고 결국 목숨을 거둡니다. 조 선생의 아내를 위로하던 정환은 그녀로부터 조 선생이 여분으로 남겨 놓은 필사본을 받게 되고 다시 사전 편찬 작업을 이어갈 것을 다짐합니다. 

정환은 조선어학회가 아직 작업을 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공청회를 열기로 하는데, 공청회에서 그는 "친일을 해야 한다."라는 망언을 하며 공청회에 참석한 이들을 당황하게 합니다. 이는 공청회에 숨어있는 일제 경찰을 속이기 위함이었습니다. 판수는 화가 나서 공청회를 벗어나는 사람들에게 극장표를 나눠주며 진짜 공청회는 극장에서 개최되니, 영화가 끝나도 나가지 말라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일제 경찰이 극장을 습격하면서 위기에 처한 정환과 판수는 원고를 들고 도망칩니다. 총상을 입은 정환은 원고를 판수에게 주며 꼭 부산까지 갈 것을 부탁하지만 판수는 어느 창고에 원고를 던져 숨기고는 경찰에게 붙잡혀 죽음을 맞이합니다.

시간이 흘러 해방을 맞이한 조선에서, 정환은 우체국 창고에 있는 사전 원고를 발견하고 이를 완성시킵니다. 

 

○ 영화를 본 소감 

 그동안 한글이 창제되는 과정을 그린 사극 드라마, 영화가 많이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광복을 위해 투쟁을 하던 독립군들이 모습을 그린 영화도 많았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담은 영화는 말모이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서 많이 벗어나면 비난을 피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가미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유해진 특유의 중얼거리는 연기와 톤은 어떤 영화에서도 잘 녹아드는 것 같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듭니다.

 

'생존하기 위해 일제의 앞잡이가 되었던 인물들을 마냥 비난할 수 있을까?'

'독립투사와 매국노를 제외한 사람들은 그저 운이 따라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본인의 생존을 위해 남의 생명을 빼앗는 일에 동조하는 것은 비난받을 수 있는 행동들이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나와 가족의 목숨을 포기하고 남의 생명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절대 쉽게 그러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조상들의 헌신과 희생이 더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