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한 영화 소개
오늘 소개할 영화는 2004년에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입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로서 이 영화를 변곡점으로 해서 한국영화 부흥기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어 제목은 '태극기 휘날리며'인데 사실 영화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타 프로파간다 성격의 전쟁영화와는 다르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등의 장면들은 매우 없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국가가 행한 비극적, 폭력적 결정으로서의 전쟁과 그로 인한 평범한 시민들의 죽음과 고통, 연민 등에 초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이 영화의 제목 'The Brotherhood in War'이 영화 내용에 더 가깝습니다.
여담이지만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경우 국방부 지원을 받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합니다. 영화에 등장할 필요가 있는 군장비, 무기 등에 대한 고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 당시 국방부로부터 장고의 시간 끝에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시나리오상에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징집, 보도연맹 사건에 나타나는 민간인 학살 등의 내용이 지원 불가 결정에 한몫을 했다고 합니다. 역사적 사실로서 대한민국 국군의 치명적인 과오인 부분에 민감했기 때문인데, 일각에서는 2001년 제작된 전쟁 영화에서 여순사건을 다루었는데 이때 흥행도, 평가도 참담했기 때문에 2004년에 제작된 이 영화에 지원을 꺼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장동건(이진태)과 원빈(이진석)이라는 대한민국의 국보급 외모를 지닌 두 배우가 출연해서 형제애를 보여줬는데 이 캐스팅만으로도 세간의 상당한 관심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이은주(김영신)가 장동건의 아내로 나와서 그 시절의 부부상을 훌륭히 연기했습니다. 그 외에도 김수로, 공형진 등 유명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해서 열연을 펼쳤습니다.
국내 총 관객 수로도 약 1,100만 명이 관람하여서 2021년 기준으로 역대 총 관람객 수 17위를 기록하고, 한국 영화 중에서는 '실미도'에 이어서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 천만 관객 영화는 '왕의 남자'입니다. 물론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급 전쟁 영화답게 제작비가 상당했습니다. 총 제작비 148억 원으로 영화에서 보이는 시체 1구의 제작 가격이 약 1천만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제작비가 적게 든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생히 재연한 시체들과 CG 기술이 많이 접목되었고, 여러 차례 이루어진 고증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퀄리티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포화 속에서도 바래지 않은 형제애
일제로부터 광복을 맞이한 지 몇 해 지나지 않은 대한민국 어느 도시. 그곳에 진태와 진석이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 어린 동생들도 있었고, 진태의 아내 영신도 함께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었습니다. 천식을 앓고 있어 몸은 허약하지만 머리가 명석한 진석은 학교에서도 우등생입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이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 동생을 위해서 어려서부터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든든한 맏형 진태가 있습니다. 언젠가 근사한 구두를 만드는 장인이 되고 싶은 진태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풍족하진 않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쳤습니다.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했다는 호외가 거리 곳곳에 퍼지면서 만 18세 이상의 남자들은 징집 대상이 되어 사실상 강제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진석이 먼저 끌려가게 되고, 진태는 진석을 쫓아 기차에 몸을 싣게 되면서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두 형제가 함께 살아남아서 가족들 곁으로 돌아갈 것을 약속하면서 소극적으로 전쟁에 임하지만 진태는 동생만이라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간부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쟁 영웅이 되어 훈장을 받아 동생을 돌려보내는 것밖에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후부터 진태는 반 미치광이처럼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뛰어다니면서 공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동생 진석은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형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결국 변해버린 형과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엄청난 공을 세우면서 승승장구하던 진태는 끝내 훈장을 받게 되고 그의 바람에 따라 진석이 돌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끝내 진석은 이를 거부합니다. 그러던 중 동생이 수용소에 갇히게 되는데 그 건물이 어느 탐욕에 찌든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전소가 되면서 진태는 이성을 잃게 되고, 그렇게 북한 인민군으로 전향하게 됩니다. 북한 인민군이 되어서도 그 엄청난 전투력은 남달랐기 때문에 순식간에 전장에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고, 그는 깃발부대의 선봉장이 되어 국군을 향해 총과 칼을 들이밀었습니다.
국군을 향해 총칼을 들이미는 인민군의 대장이 사실은 국군이었다는 이야기가 국군의 정보부에 알려지면서 그의 동생인 진석에 대한 취조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석은 본인의 생사여부를 형이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자신이 작전에 투입되어 형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간부들에게 부탁합니다. 간부들은 상황이 악화되면 무조건 다시 돌아올 것을 명령하지만 진석은 이를 듣지 않고 진태에게로 달려가서 그를 만나게 되는데......
○영화를 보고 난 소감
어느 전쟁 영화를 보게 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잔인함'일 것입니다. 이 영화는 분명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관람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곳곳에서 19세 이상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잔인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상처에 구더기가 들끓는 장면,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 산처럼 쌓여서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등.
이러한 연출을 통해 전쟁의 잔인함과 더불어 인간성의 종말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전쟁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한국의 전쟁 영화가 다루고 있는 반공 정서의 프로파간다를 뛰어넘어 전쟁이 어느 평범한 시민들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 '태극기 휘날리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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